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오늘은 하루종일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다. 친구들이 서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신상폰을 자랑하며 떠들었고 나는 그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누군가가 말했다. “너 아직도 그 구형폰 써? 설마 아직도 부모님께 허락 못 받았어?”
아이들 웃음소리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도... 나도 갖고 싶었다. 번쩍이는 신상폰. 제발, 나도 신상 핸드폰을 가지고 싶다. 신상폰 제발!
우울한 마음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가는데... 휘이잉! 탁! 푸른 하늘을 가르며 무언가가 눈앞에 떨어졌다. 쿵! 하고 땅을 울리는 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쳤다. 앞을보니 커다란 갈색 상자가 뚝 떨어져 있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지만, 겨우 몸을 가누고 일어섰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뭐야...이거?” 나는 조심스레 상자 쪽으로 다가갔다. 하늘에서 상자가 떨어진다는 게 말이 되나? 이건 분명 꿈일거야.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상자를 만져보았다. ‘뭐가 들어있을까? 열어볼까?’ 기대하며 상자의 뚜껑을 살짝 열었다. 상자 안에는 조그마한 인형이 하나 들어있었다. 분홍색 머리의 꼬질꼬질한 인형이었는데, 검정색 단추 눈이 마치 살아있는 듯 반짝반짝 빛났다. “뭐야, 별거 없네! 들고가서 우리 토토나 줘야겠다.” 나는 중얼거리며 인형을 들고 발걸음을 옮겼다.
2025년 7월 4일 금요일
오늘 속상한 일이 있었다. 친구들 모두 가지고 있는 신상폰이 나만 없다. 나도 신상 핸드폰을 가지고 싶다. 제발!
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일기를 쓰다 잠에 들었다. 다음날 나는 휴대폰 진동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내 핸드폰이 아니었다. 진동소리는 어제 집으로 가져왔던 상자에서 나고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상자 뚜껑을 열었다. “대박! 신상폰이다!”
그날 이후, 매일 상자속의 인형은 내 소원을 들어주었다. 유행하는 모자, 스마트 워치, 신상 티셔츠... 원하는 걸 일기장에 적고 잠들면 다음날 아침, 상자안에 그 물건이 들어있었다. 나는 더이상 친구들을 부러워 할 것도, 원하는 걸 참을 필요도 없었다. 모든 것이 상자 안으로 조용히 도착했으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내 주변의 물건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물건이 나타날 때마다 내가 소중히 여기던 물건들도 하나씩 없어지는 것이었다. 할머니가 짜주신 목도리, 토토의 인형, 생일선물로 받은 목걸이... 여러 가지 물건들이 사라졌지만 나는 새로운 것들에 정신이 팔려 한동안 알아채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다.
“토토야! 토토야! 어디갔니!” 나는 소리를 지르며 이방, 저방을 돌아다녔다. 내가 키우는 강아지 토토가 사라졌다. 어젯밤 나는 유행하는 키링을 일기장에 적고 잠에 들었다. 그런데 오늘아침, 키링이 상자에 들어있는 대신 토토가 사라진 것이다. 나는 눈물을 줄줄 흘렸다. 토토의 따뜻했던 온기,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발소리, 작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대던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맴돌았다. ‘토토야... 이럴줄 알았으면 소원 빌지 말걸...’ 내가 성이 나서 상자를 마구 흔들어댔다. 그러자 상자에서 누런 종이가 툭 하고 떨어졌다. 나는 눈을 비비며 떨어진 종이를 주워 들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네 강아지를 찾고 싶니? 그럼 나에게 선물을 줘. 오늘밤까지 선물을 주지 않는다면 네 강아지를 영영 만날 수 없게 될거야. 그럼 기다릴게.
나는 종이 쪽지의 글을 보고 곰곰이 생각한 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형에게 모자를 만들어줄 생각으로 바늘과 실을 꺼냈다. 바늘에 열 번도 넘게 찔리고 실수도 많이 했지만 제법 모자다운 모자가 만들어졌다. 나는 인형에게 모자를 씌워주고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볼에 따뜻하고 축축한 감촉이 느껴졌다. 눈을 뜨니 토토의 혀가 내 얼굴을 핥고 있었다. “토토야!” 나는 토토를 안고 한참을 울었다. 상자도 없어지고 그동안 받았던 물건들도 없어졌지만 괜찮다. 나에게는 토토가 있으니까.
상자가 있던 자리에, 작은 쪽지 하나가 남겨져 있었다.
너는 참 많은 걸 원했지. 그리고 나는 그걸 줄 수 있었어.
하지만 정말 중요한건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이 아닐까.
그래서 너에게 이 마음을 선물로 주고 싶어.
안녕.
나는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며 토토를 꼬옥 안아주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오늘은 하루종일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다. 친구들이 서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신상폰을 자랑하며 떠들었고 나는 그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누군가가 말했다. “너 아직도 그 구형폰 써? 설마 아직도 부모님께 허락 못 받았어?”
아이들 웃음소리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도... 나도 갖고 싶었다. 번쩍이는 신상폰. 제발, 나도 신상 핸드폰을 가지고 싶다. 신상폰 제발!
우울한 마음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가는데... 휘이잉! 탁! 푸른 하늘을 가르며 무언가가 눈앞에 떨어졌다. 쿵! 하고 땅을 울리는 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쳤다. 앞을보니 커다란 갈색 상자가 뚝 떨어져 있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지만, 겨우 몸을 가누고 일어섰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뭐야...이거?” 나는 조심스레 상자 쪽으로 다가갔다. 하늘에서 상자가 떨어진다는 게 말이 되나? 이건 분명 꿈일거야.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상자를 만져보았다. ‘뭐가 들어있을까? 열어볼까?’ 기대하며 상자의 뚜껑을 살짝 열었다. 상자 안에는 조그마한 인형이 하나 들어있었다. 분홍색 머리의 꼬질꼬질한 인형이었는데, 검정색 단추 눈이 마치 살아있는 듯 반짝반짝 빛났다. “뭐야, 별거 없네! 들고가서 우리 토토나 줘야겠다.” 나는 중얼거리며 인형을 들고 발걸음을 옮겼다.
2025년 7월 4일 금요일
오늘 속상한 일이 있었다. 친구들 모두 가지고 있는 신상폰이 나만 없다. 나도 신상 핸드폰을 가지고 싶다. 제발!
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일기를 쓰다 잠에 들었다. 다음날 나는 휴대폰 진동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내 핸드폰이 아니었다. 진동소리는 어제 집으로 가져왔던 상자에서 나고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상자 뚜껑을 열었다. “대박! 신상폰이다!”
그날 이후, 매일 상자속의 인형은 내 소원을 들어주었다. 유행하는 모자, 스마트 워치, 신상 티셔츠... 원하는 걸 일기장에 적고 잠들면 다음날 아침, 상자안에 그 물건이 들어있었다. 나는 더이상 친구들을 부러워 할 것도, 원하는 걸 참을 필요도 없었다. 모든 것이 상자 안으로 조용히 도착했으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내 주변의 물건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물건이 나타날 때마다 내가 소중히 여기던 물건들도 하나씩 없어지는 것이었다. 할머니가 짜주신 목도리, 토토의 인형, 생일선물로 받은 목걸이... 여러 가지 물건들이 사라졌지만 나는 새로운 것들에 정신이 팔려 한동안 알아채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다.
“토토야! 토토야! 어디갔니!” 나는 소리를 지르며 이방, 저방을 돌아다녔다. 내가 키우는 강아지 토토가 사라졌다. 어젯밤 나는 유행하는 키링을 일기장에 적고 잠에 들었다. 그런데 오늘아침, 키링이 상자에 들어있는 대신 토토가 사라진 것이다. 나는 눈물을 줄줄 흘렸다. 토토의 따뜻했던 온기,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발소리, 작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대던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맴돌았다. ‘토토야... 이럴줄 알았으면 소원 빌지 말걸...’ 내가 성이 나서 상자를 마구 흔들어댔다. 그러자 상자에서 누런 종이가 툭 하고 떨어졌다. 나는 눈을 비비며 떨어진 종이를 주워 들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네 강아지를 찾고 싶니? 그럼 나에게 선물을 줘. 오늘밤까지 선물을 주지 않는다면 네 강아지를 영영 만날 수 없게 될거야. 그럼 기다릴게.
나는 종이 쪽지의 글을 보고 곰곰이 생각한 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형에게 모자를 만들어줄 생각으로 바늘과 실을 꺼냈다. 바늘에 열 번도 넘게 찔리고 실수도 많이 했지만 제법 모자다운 모자가 만들어졌다. 나는 인형에게 모자를 씌워주고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볼에 따뜻하고 축축한 감촉이 느껴졌다. 눈을 뜨니 토토의 혀가 내 얼굴을 핥고 있었다. “토토야!” 나는 토토를 안고 한참을 울었다. 상자도 없어지고 그동안 받았던 물건들도 없어졌지만 괜찮다. 나에게는 토토가 있으니까.
상자가 있던 자리에, 작은 쪽지 하나가 남겨져 있었다.
너는 참 많은 걸 원했지. 그리고 나는 그걸 줄 수 있었어.
하지만 정말 중요한건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이 아닐까.
그래서 너에게 이 마음을 선물로 주고 싶어.
안녕.
나는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며 토토를 꼬옥 안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