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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버 1기> 잊지 못할 어느 봄

신지****
2025-07-04

“하… 봄이네.” 내가 말했다. 나는 봄이라는 계절을 아주 싫어한다. 이유는 3년 전 봄에 아내와 이혼했기 때문이다. 또 재작년 봄에는 나와 함께 살던 큰딸 지혜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막내딸 지민이와 단둘이 살고 있다.
나는 가끔 왜 아내와 이혼했는지 모르겠다. 사실 나는 아직도 아내를 좋아한다.

2022년 5월 3일 밤, 우리는 지혜 때문에 싸웠다. 지혜는 발레를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아내는 반대했다. 이미 열세 살이나 됐는데 어떻게 이제 시작하냐며 반대했다. 또 발레를 해서 성공하지 못하면 그땐 어쩔 거냐며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찬성했다. 이제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알 나이라고, 지혜라면 잘할 거라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소리를 지르며 싸우다가 아내는 집을 나갔다. 여행 가방 두 개를 끌고 나가더니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한 달 뒤, 이혼하자는 연락이 왔다. 나는 마음대로 하라며 쌀쌀맞게 말했다. 그 뒤로 우리는 다시 연락하지 않았다.

지혜는 이게 다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지혜는 항상 괴로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게 내가 봄을 싫어하는 이유다.

“아빠, 산책 가요.” 지민이가 말했다.
아, 맞다. 오늘 일요일이지. 우리는 외투를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다.

휘이잉—
“꽤 쌀쌀하네. 지민아, 춥지? 우리 붕어빵 사러 가자.”

붕어빵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붕어빵 여덟 개 주세요.” 내가 돈을 내며 말하자마자 직원이 붕어빵을 주었다.
붕어빵을 들고 집에 가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상자가 내 앞에 떨어졌다. 너무 놀라 그만 붕어빵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상한 일이네, 라고 생각하며 붕어빵을 다시 봉지에 담는데, 상자에 쓰인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김영민, 김지민에게.

“누가 보낸 거지?” 나는 상자를 열며 말했다.
나는 기절할 정도로 깜짝 놀랐다.
이건 몇 년 전에 찍은 가족사진이었다.

“아빠, 저게 뭐야?” 지민이가 물었다.
“몰라. 누가 우리한테 이 사진을 보냈어.”
“저 쪽지는?” 지민이가 또 물었다.
“엥? 쪽지가 있었어?”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여보, 지민아. 잘 지내고 있어?
나는 지혜랑 천국에 있어. 아, 맞다. 내가 왜 죽었는지 말 안 했네.
나는 지혜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척 후회했어.
우리 지혜라면 잘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무작정 반대했는지.
또 여보한테 이혼하자고 한 날,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
시간이 지나니까 내 행동이 부끄럽고 미안해졌어.
그래서 마음의 병을 앓다가 결국 죽었어.
미안해. 정말로, 정말 정말 미안해…
아, 맞다. 지혜는 천국에서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어.
너무 잘하더라.
지민아, 잘 지내고 있지?
우리 지민이는 꼭 하고 싶은 거 해. 알겠지?
여보랑 지민이는 남은 인생을 꼭 쓸모 있게 살아줘.
안녕.

후… 눈물이 났다. 그런데 지민이가 날 안아줬다.
“아빠, 엄마 말대로 남은 인생,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잘 살아봐요.
아빠가 울면 엄마랑 언니가 속상해 할 거야.” 지민이가 말했다.
“그래, 우리 잘 살아보자.” 내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여보, 지혜야, 지민아. 우리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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