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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정다은/ 단 하나뿐인 용사


저는 용사가 될 거예요! 이다음에 커서 무엇이 되고 싶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나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이른 것 같은데.”

선생님은 내가 아직도 어려 보이나 보다. 난 벌써 7살인데. 키는 아직 작지만, 아빠 말처럼 난 자고 일어나면 쑥쑥 클 텐데.

“저는 꼭 용사가 되어야 해요.”

그 말을 하고 난 뒤 선생님은 내게 용사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물어본 것 같다. 그렇지만, 난 이유를 말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윗입술과 아랫입술에 풀을 붙인 듯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때마침 반장이 들어와 종례 인사를 하려 했고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수많은 논을 지나치며 집으로 갔다. 여름에 맞게 푸릇한 모가 줄지어 벼로 성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뭐가 무서운지 문어가 먹물로 하늘을 덮었으며, 집 밖의 강아지는 얼마나 피곤 한 건지 새근 새근 잠에 들었다. 별은 낮에 자는 건지 반짝반짝 검은 먹물을 뚫고 미소 지었다. 용사가 되고 싶은 마음은 그날 따라 계속 팽창하였다. 한숨을 푹 푹 쉬며 창문에 기대어 질끈 눈을 감았다.

-위이잉

괴상한 소리가 나더니 용 한 마리가 창문을 똑똑 두드렸다. 처음 보는 용은 은하수를 담은 듯한 색깔이었고, 뱀과 같은 모습에 유연한 몸통을 가졌다.

창문을 활짝 열어 용을 반겼다.

“넌 누구야?”

신기하고 들뜬 마음에 낯선 마음과 무서움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나는 용사를 데리러 왔어. 미르, 바로 너 말이야.”

“내가 용사라고? 정말이야?”

용은 고개를 끄덕였고 나를 등 뒤에 태웠다. 그리고 몸을 좌우로 흔들며 높이 올랐다. 나는 어디로 가는지 물어보지도, 궁금하지도 않았다.

한참을 올라가더니 화성에 도착했다. 화성은 아무것도 없는 모래밭이었으며 물, 동물, 식물,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다. 무섭다기보단 신비로운 광경이었다.

“너는 왜 용사가 되고 싶어?”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을 용에겐 말해도 되는 걸까?, 속으로 엄청나게 고민이 되었다. 우주라는 깊이에 꼭꼭 숨어있는 진심을 말할 때가 된 걸까.

“괴물이 아빠를 괴롭혀.”

“뭐? 자세히 말해 봐.”

“괴물들 때문에 아빠가 힘들어해. 아빠는 매일 손이 상처투성이가 돼서 돌아와. 온통 땀범벅이고 신발도 헐었어. 아빠는 힘들어서 말수도 없어지고, 매일 무표정이야. 이건 다 괴물과 아빠가 싸워서 그런 거야. 난 그래서 무조건 용사가 되어야만 해.”

용은 내 말을 들을 때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용의 머리에 땀방울이 흘렀다. 하지만, 이제 괜찮다. 용이 날 용사로 만들어 주면 그깟 괴물 내가 다 없앨 수 있으니까.

“미르야, 너는 용사가 될 수 없을 것 같아.”

“어째서야?”

용은 지금도 똑바로 내 눈을 쳐다보지 못하고 있다.

“내가 열심히 할게! 망토 매고 나는 연습도 매번 했고, 운동도 열심히 했어! 나는 아빠의 단 하나뿐인 용사가 되고 싶어.”

용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미르야, 너희 아버지는 현실이라는 괴물과 싸우고 있어, 끝없이 가장이라는 무기로 괴물을 무찌르고 있고. 그리고 아버지는 생각보다 강해. 어쩌면 네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할 수도 있지. 내 생각엔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성한 곳 없이 싸우는 아빠를 치료해 주는 일이지 않을까 싶은데.”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정말 아직은 너무 어린 것일까.

용은 나를 집으로 데려다주는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말했다.

“내 말 꼭 명심해. 너의 아버지를 치료할 방법은 오직 너만이 아니까.”

내 방으로 돌아와 방문을 열어보니, 매일 새벽에 일어나는 아빠와 마주쳤다.

“왜, 안 자고 벌써 나와? 더 자.”

나에겐 자라고 하면서 아빤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 것일까. 아빠라는 존재는 원래 이런 것일까?

쭐레쭐레 아빠 옆으로 갔다. 아빠는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신발 끈을 묶었다. 나는 아빠에 울퉁불퉁한 손을 잡고 같이 신발 끈을 묶어주었다.

“아빠가 개똥 안 밟게 해주시고, 행복해 죽을 정도로 좋은 일만 있게 해주세요. 사랑하는 아빠니까요.”

아빠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이내 웃음을 지어 보였다. 별보다 반짝였고 오랜만에 보는 미소였다.

나는 여태껏 이런 짧은 한 마디가 아빠를 웃음 짓게 할 줄 몰랐다. 내가 부끄럽고 쑥스러우니 당연히 아빠도 그럴 것으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고마워, 딸. 딸도 오늘 행복하게 보내.”

아빠는 힘차게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근데 아빠의 손에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혹시 감기 기운이라도 있는 걸까, 싶은 마음이 지나가는 사이.

아빠의 등에서 빨간색 망토가 펄럭이며 튀어나오더니 그 옆에 용이 아빠를 따라 나섰다. 방금 본 그 용이다.

나는 그제야 용의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

“아, 나의 단 하나뿐인 용사는 아빠였구나. 나는 치유사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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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령 작가 심사평


7살 미르는 용사가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목에서 보듯 용사는 단 하나뿐. 미르는 용사가 될 수 있을까요? <단 하나의 용사>는 그 질문에 답하며 ‘가족의 사랑’을 발견하는 판타지 동화입니다. 고된 현실 속에서 무표정이 되어 버린 아빠를 괴물과 싸우는 용사에 비유한 점, 이런 사실을 뒤에 배치해 두고, 차근차근 능숙하게 이야기를 쌓아올린 점이 눈에 띕니다. 미르 자신처럼 아직은 성장이 덜 된 ‘푸릇한 모’, ‘은하수를 담은 듯한 색깔의 용’과 같이 세심한 묘사를 놓치지 않으면서, 대화체와 서술문을 적절히 배치하는 솜씨도 좋았습니다.

다만, 미르의 현실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종종 어색한 문장과 만나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최종 선택한 이유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감동적으로 풀어낸 결말부에 있습니다. 행복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괴물을 무찌를 만큼의 대단한 힘이 아니라는 성찰. 그저 ‘부끄럽고 쑥스러워서’ 건네지 못했던 다정한 말 한 마디가 아빠의 얼굴에 ‘별보다 반짝이는’ 미소를 만들 수 있다는 깨달음의 순간, 미르는 훌쩍 성장합니다. 담담한 문장에 담아내 더 뭉클했던 그 순간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길유정 작가 심사평


<단 하나 뿐인 용사>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용기를 일곱 살 아이의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저는 용사가 될 거예요”라는 첫 문장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끌어낸 후,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이야기 속에서 주제를 놓지 않고 끌고 가더니, 마침내 “아빠는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용사이며 그런 아빠를 치유할 사람은 바로 나”라는 메시지를 명쾌하게 전달합니다.

일곱 살 미르는 자신의 속마음을 쉽게 털어놓지 않습니다. 어쩌면 털어놓을 대상이 없어 보여요. 그런 미르가 신비로운 용과 만나면서 자기 마음을 드러내는 부분은 아름답고 조금 슬프게도 느껴집니다. 용이 미르에게 “너 스스로 아빠를 도울 방법을 찾으라”는 솔루션을 주는 것은 판타지의 흔한 공식이기도 하지만, 과연 미르가 향후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 독자들을 끝까지 긴장시킵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칭찬해 주고 싶은 것은 이렇게 뚜렷한 기승전결을 가지고 주제를 일관되게 끌고 가는 작가의 집중력입니다. 판타지와 현실이 맞물리는 부분의 디테일도 칭찬합니다. 환상 속에서 만났던 용이 출근하는 아빠 옆에 따라나서는 장면이나, 환상 속 용의 땀방울이 현실에서 아빠 손에 맺힌 물방울로 연결되는 부분에서 작가의 섬세함이 돋보입니다.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미르가 귀가한 이후 -풍광에 대한 묘사보다는 오히려-미르의 현실적 상황이나 감정에 대한 묘사가 조금 더 있었더라면 독자가 주인공에게 더 친밀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장치가 조금 더 독창적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미르의 나이가 일곱 살인데 나이에 맞지 않는 설정들도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렸습니다. 하지만 ‘가족애’라는 주제를 길지 않은 글 속에 녹여내는 솜씨가 향후 작가의 또다른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이 작품을 선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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